잘생긴 남자들은 외모에 얼마나 투자할까?
외모 여행 2009/09/10 08:00 꺄르르
요즘 들어 가장 뜨겁게 불티나는 투자 상품이 있죠. 채권? 부동산? 펀드? 4대강 토목산업? 아닙니다. 바로 외모죠. 나이, 재산, 학력, 지역, 성별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외모경쟁력을 내세우며 외모자본을 쌓으라고 대중매체는 소리치고,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제자리에서 뛰고’ 있습니다. 자신도 몇 개월 뒤에 비처럼 몸이 될 거라며 불룩 나온 배에 힘 한번 줘보는 남자들.
자본주의가 끝없이 영업품목과 대상을 늘려가듯 외모산업이 남자들에게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인기연예인들이 나와서 이걸 바르면 자신처럼 될 수 있다며 그윽한 눈길을 보내면, 평범하게 생긴 남자들은 지갑을 열게 됩니다. 진짜 그렇게 애를 쓰면 비가 되고 현빈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그렇게 해야 되는 건가요? 잘생긴 남자 세 사람에게 얼마나 외모투자를 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검은 머리와 한국인 정서에 서구형 외모를 지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다니엘 헤니씨. 영화 <Mr. 로빈 꼬시기>
-다니엘 헤니를 닮은 남자
조금 민망한데, 다니엘 헤니, 장혁, 조현중, 조재현, 한재석, 장동건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봤어요. 하지만 외모에 대해선 조금 불만인 게,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어요. 피부 관리는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야외에서 활동할 때는 썬크림을 바르는 정도에요. 예전에는 틈틈이 웨이트를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 못해요.
적어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 저를 보면서 거부감을 갖지는 않더라고요. 인상이 좋다고 어느 모임에 가나 호의적으로 대접을 받아요. 상대에게 다가가기가 쉽고, 응대를 잘해줘서 대화 풀어가기가 쉬워요. 외모가 뛰어나면, 아무래도 경계심을 줄여주는 거 같아요. 더구나 전, 원래 서글서글한 성격이고 말주변도 있거든요. 외모 때문에 불편하거나 나빴던 적은 없어요. 그런데, 외모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요. 외모에다 첫인상, 거기에 됨됨이가 지속되어야 사람관계를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할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편인데 둘레에서 외모에 신경 쓰라고 난리”
-안정환을 닮은 남자
연예인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어요. 어릴 때는 누군가를 닮았다는 얘기에 상당히 기분 나빠 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장점이나 매력을 닮았다고 생각하고 좋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제 외모가 나쁘지 않죠. 겸손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딱 그 정도예요. 그래도 남들과는 다르게 생긴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이성에게는 딱히 그렇게 인기 있지는 않았어요. 섣부른 오해 같은 것을 불러오기 싫어서 일부러 이성을 멀리 하고 거리를 두는 경향이 언젠가부터 생긴 것 같아요. 그건 정말 안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즐길 수 있는 하나를 잃게 되는 거니까요.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살게 될 테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심할 정도로 외모에 신경 전혀 쓰지 않는 편이에요. 옷도 동생 옷을 주워 입고, 피부 관리도 전혀 하지 않아요. 그런데 둘레에서 외모에 신경 쓰라고 난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나치게 멋 부리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기도 해요.
누군가 제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는 네가 해내지 못할 일도 네 외모 때문에 해내게 되는 것이 있다고, 사람들이 애초부터 저에게 호감을 가지는 데, 그건 외모 때문이라고. 나름 방송 출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선 외모 덕이 좀 있긴 하죠. 그렇지만 외모가 괜찮은 사람들 가운데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이 열심히 하면 의외성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체로 절 만나보기 전에는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편견을 갖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얼마나 오랫동안 진흙탕을 걸어왔는지 전혀 생각지 못하죠. 게다가 제 능력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중에 저를 알게 된 후에는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가운데 좋은 외모가 있겠지만, 어릴 적엔 항상 보통이 되고 싶었어요. 외모가 보통이 되고 싶다는 걸 떠나서 모든 면에서 평범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외모가 뛰어난 사람보다 자연스러운, 보통의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껴요. 지금은 제 외모를 받아들이고 또 나름 이용하면서 살아가지만, 어릴 적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구석도 많았던 것 같네요.
잘생긴 얼굴과 포근한 인상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가 있는 배우 여명씨. 영화 <첨밀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뿐 외모에 거의 신경을 안 써, 이미 우수한 신체라서 편하게 생각하는 건가?”
-여명을 닮은 남자
연예인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고, 여명이나 장국영을 들어봤어요. 제 외모에 대해선 그냥, 만족합니다. 막 좋을 것도 없고 막 싫을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제 몸이고, 저 자체이니까 수용하고 받아들여야죠. 사춘기 때는 키가 작은 게 싫기도 했고, 운동을 열심히 했을 땐 매끈한 근육에 자부심도 가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들이 덧없이 느껴지네요. 생각의 결과 깊이가 달라진 듯해요.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저의 외모와 몸에 만족해요.
외모에 거의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해요. 다만, 겉 보이기 위한 다이어트나 운동이라기보다 건강유지를 위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죠. 정말 건강한 사람 가운데도 뱃살 나온 사람은 없더라고요. 저의 다이어트나 운동은 그런 수준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다이어트와 진짜 건강을 위한다는 게 엄격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저는 건강 지향이에요.
제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할 뿐, 외모 때문은 아니라며, 외모에 신경 안 쓴다고 말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이미 우수한 외모와 신체라고 생각하는 범주에 속하기에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되겠네요.
이성이 제게 뜨거운 호감을 품진 않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다가가기가 좀 어려운 사람이라 그런 듯도 하고. 이성적으로 매력 있는, 섹시한 외모는 아닌 거 같아요. 조금 아저씨 같은 중후한 외모라서 그런 가, 이런 얘기도 꽤 들어봤거든요.
그렇지만 외모 덕분에 혜택 보는 게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외모 자체 때문인지 인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제 얼굴이 신뢰가 가고 무게 있어 보인다고 하거든요. 첫인상에서 호감이 가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꾸밈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불편하거나 나빴던 적은 없네요.
외모가 뛰어나면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얻는 이점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첫인상, 신뢰감, 호감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고민을 해봤는데, 아름다움에 따르는 호감은 유전학을 봐도,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어요. 동물이나 꽃들도 생존과 생식을 위해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잖아요 활짝 웃는 아기들을 봐도 솔직히 예쁜 아기가 좀 더 예뻐 보이고요.
문제는 우리사회의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게 지나치게 획일화 되어있고, 단순히 아름다움에 호감가지는 것을 넘어 아름다움이 권력이 되는 지경으로 나아가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기준이 다양해지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좀 덜 아름다우면 좀 덜 아름다운대로 어울려 살아가는 걸 더 생각하면 좋겠어요.
1967년, 인기배우였던 신영균씨가 주연을 한 영화 <산불>, 시대에 따라 인기 있는 몸은 달라지죠.
몸에 큰돈을 들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람을 외모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외모계급사회입니다. 상대방의 겉모습을 보고 지레 짐작하며, 그 사람의 값을 얼추 매기는 버릇이 사회에 퍼져 있죠. 따라서 그 사람의 외모에 따라 등급이 정해집니다. 이것은 상대방과 관계 맺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가치관과 성향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이라도 사회에서 인기 없는 외모라면 왠지 호감이 가지 않으며,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겉모습이라면 꺼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애인사진을 보여주면서 예쁘고 잘 생겼다는 걸 옆 사람들에게 꼭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애인의 가치는 우선 외모에 따라 정해지고, 덩달아서 자신의 능력도 결정되니까요. 예쁜 여자를 만나는 남자나 멋진 남자를 사귀는 여자는 능력 있고 잘 나가는 사람이 됩니다. 겉보기에 그다지 매력이 없다고 느껴지는 애인을 둔 사람이라면, 자기 애인이 자상하고, 착하다면서 자기 선택을 정당화하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몸 안에 담겨있는 그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보지 않습니다. 외모 테두리에서 생각이 멈추죠. 얼굴과 몸을 재빠르게 훑어보면서 좋고 나쁨을 먼저 가르게 됩니다. 더 알고 싶은 사람, 영영 모르고 싶은 사람, 소들에게 등급판정을 내리듯, 첫 인상이 앞으로 관계를 쥐락펴락하게 되죠. 갈수록 일자리가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형은 하나의 스펙으로서 자리 잡을 정도가 되었고,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바뀝니다.
예쁘고 멋진 걸 좋아하는 것이 본능이라며 외모계급사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죠. 그렇지만 어떤 모습이 더 좋게 느껴지냐는 것은 사회의 산물일 때가 많습니다. 불과 40년 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배 나오고 덩치가 큰 남자배우들이 주인공을 하였고, 그런 남자들에게 여자들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와 같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끝없이 움직이고, 사회와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죠. 멋짐은 사회에서 구성되는 것이고,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외모를 가꾸지만, 사실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은 그다지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외모에 집착을 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과연,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게 건강한 모습일까? 살면서 중요한 건, 몸에 큰돈을 들이는 것보다 외모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든 친절하게 대하는 문화가 당연한 예의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