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회에 걸쳐 라디오문학관에서 만날 작품은 신경숙 원작의 풍금이 있던 자리>입니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겨울우화>가 당선돼 문단에 나온 작가 신영숙은 <강물이 될 때까지> <깊은 슬픔> <외딴 방> 등의 작품집을 냈고 1993년에 한국일보 문학상, 1996년 만해 문학상, 1997년 동인 문학상, 2001년 이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선택을 하염없이 망설이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 <풍금이 있던 자리>는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라디오 문학관-
우리소설 100선. 신경숙 원작 <풍금이 있던 자리> 첫번째 시간입니다.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였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 만큼 됐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 코끼리 거북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 거북을 상대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동물학자 박실용 교수의 저서 <동물의 행동> 중에서
당신과 헤어져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막 봄이 와서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산은 푸르고 프름 사이로 품은 진달래가 그 사이 또 때때로
노랑 물감을 뭉개놓은듯 개나리가 막 섞여서는
환하디 환했습니다.
그런 경치를 자주 보게 되서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곧 초연해지곤 했어요. 아름다운걸 보면 늘 슬프다고 하시더니
당신의 그 기운이 제게 뻗쳤던가 봅니다.
연푸른 봄산에 마른 버짐처럼 퍼진 산벗꽃을 보고
곧 화장이 얼룩덜룩 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