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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오늘은 지난번 잠깐 언급했던 용두산 공원에 대해 썰을 한번 풀어보자. 부산을 잘 모르시는 분들껜 홍보도 겸하고 부산에 인연이 계신 분들은 3,40년 전으로 타임여행을 한번 떠나보자. 지금 용두산 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행정구역은 정확히 광복동 2가1,2번지이다. 용두산 공원을 중심으로 동쪽은 동해가 있는데 공원은 그쪽을 바라보고 있다.

도보로 30분 내의 공원 주위를 둘러보면 앞에는 중앙동, 뒤로는 창선동 부평동 부용동 보수동 아미동, 우로는 광복동 남포동 충무동, 좌로는 동광동 대청동 대창동 영주동 등이 포진되어 있다

그럼 그 주변에는 뭐가 있었는가. 중앙동엔 항만부두 여객 터미널부터 시작해서 무역회사 금융회사 보험회사 호텔 각종 요릿집 유흥업소 숙박업소가 즐비했고 (참고로 1985년 12월 나의 첫 직장이 이 동네였다) 중앙동서 남포동으로 오다보면 지금은 이전을 했지만 부산경찰청, 부산시청이 자리하고 있었다.

광복동은 패션과 쇼핑, 남포동은 극장, 제화점, 주점, 다방 등이 있었고 바닷가 쪽으로 가면 그 유명한 자갈치 시장이 있다. 남포동은 지금 FIFF 광장이 있는 곳이다. 창선동 금방골목을 시작으로 국제시장,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잘 알려진 대청동에는 한국은행, 헌책방골목의 보수동, 아미동 부산대 병원 등등. 이들에 둘러 싸였던 곳이 바로 용두산 공원이다

그야말로 옛날엔 이곳이 교통 문화 행정 관광의 최고 중심지였다. 그 시절 서울의 명동처럼. 여학교로는 한때 농구로 유명했던 동주여상, 울 마눌 출신인 남성여고, 선화여상, 경남여고 등이 지척에 있다. 그러니 사춘기 남녀 학생들 틈만 나면 용두산 공원에 안 올라갔겠나 혹시나 해서.

가족이 이곳에 한번 놀러오는 날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장롱 깊숙이 아껴둔 때때옷을 꺼내 입고, 어른들은 정장 차림에다 싸구려 색안경까지 쓰고 최대한 멋을 부렸다. 이날이 아마 세상에서 제일 기쁜 날일 것이다. 전망대 아래서 긴 행렬로 기다리다 타워에 올라 망원경으로 와이키키해변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후지산 한라산 오륙도 해운대 태종대 서면로타리 쭉 한번 훑어보는 것은 기본 필수요 모든 부산사람들의 로망이었다.

거기다가 기념사진 하나는 꼭 찍어야 놀러 갔다 온걸 인정해 준다. 그것도 시계탑 앞에서 타워가 나오게 찍어야 한다. 다른데서 찍으면 무효다. 다시 가서 찍어야 한다. 어린 시절을 부산서 살았던 40대 이상은 반드시 그곳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이 없으면 남녀 불문하고 부산 살았다는 말은 말짱 황이다. 내말이 틀리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나도 갔다 왔다. 사진도 찍었다. 거짓말 아니다

지금 공원에는 내 친구 개똥이 가족도 안보이고 관망탑 아래서 늘어선 긴 행렬 속에서 내손 꼭 잡고 있던 울 아버지도 안보이고 빡빡머리 철수도 안보이고 사진 찍으려고 수줍게 머리 빗겨 넘기던 순이도 안보이고 완장 두른 사진사 아저씨들도 안보이고 아이스 케끼 팔던 영순이 삼촌도 안보이고 발정난 똥개도 안보이고 시청도 안보이고 경찰청도 안 보인다.

지금은 하와이로 에펠탑으로 자유의 여신상으로 후지산으로 한라산으로 다 떠나고 공원에는 외로운 우리 어르신들만 60년 지기 비둘기하고 옛날 얘기에 푹 빠져 해 저문 줄도 모른다. 그래도 안 변한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영도 물회 맛은 아직도 최고다. 직장 다닐 때 많이 먹어봐서 잘 안다. 선희야, 노래 한곡조 뽑아줄래?

아˜ ˜옛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