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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고 부뜨럽게 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말같은건아무렇지도않았다. 그저근동에서제일가는이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더러 병이 좀 낫거들랑 이사 가기 전에한번개울가로나와달라는말을못해둔것이었다. 바보같은것,바보같은 것.
이틀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옷을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는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닭의 무게를 겨냥해 보면서, “이만하면 될까?”
어머니가 망태기를 내주며, “벌써며칠째걀걀하고알날자리를보든데요. 크진않아두살은쪘을
거에요.”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저, 서당골 윤초시댁에 가신다. 제삿상에라도 놓으시라구......”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수탉으로......”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임마, 그래두 이게 실속이 있다.”
소년은 공연히 열적어, 책보를 집어던지고는 외양간으로 가, 소 잔등을 한번 철썩 갈겼다. 쇠파리라도 잡는 척.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꺾고 있었다.
그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두......”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초시댁두 말이 아니어. 그 많든 전답을 다 팔아 버리구, 대대루 살아
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드니, 또 악상꺼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이라곤 기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애 둘 있든 건 어려서 잃구......”
“어쩌믄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말이지. 이번앤꽤여러날앓는걸약두변변히못써봤다드군. 지금 같애서는 윤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든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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