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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Audio Request

anno
458 Words / 1 Recordings / 2 Comments
Note to recorder:

자연스럽고 부뜨럽게 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소녀가들어선곳도비가새기시작했다. 더거기서비를그을수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소녀 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도랑 있는 곳까지 와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걷어 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소녀는, 어머나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그러안었다.
개울가에다다르기전에 가을하늘은언제그랬는가싶게구름한점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그 다음날은 소녀의 모양이 뵈지 않았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살피기도 했다. 남몰래 오학년 여자반을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뵈지 않았다.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쪽 개울둑에 소녀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그 동안 앓았다.”

알아보게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그날 소나기 맞은 것 뗌에?”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인제 다 낫냐?”
“아직두......”
“그럼 누워 있어야지.”
“너무 갑갑해서 나왔다. ...... 그날 참 재밌었어. ...... 근데 그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다보고 있었다.
“내생각해냈다. 그날도랑건늘때내가업힌일이있지? 그때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집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낼려구...” 대추 한줌을 내어 준다.
소년은 주춤한다.

“맛봐라,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심었다는데 아주 달다.”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 알두 굵다!”
“그리구 저, 우리 이번에 제사 지내구 나서 좀 있다 집을 내주게 됐다.” 소년은 소녀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초시
손자가 서울서 사업에 실패해 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왜그런지난이사가는게싫어졌다. 어른들이하는일이니어쩔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자 속으로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알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이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밭으로 갔다.
낮에 봐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선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리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열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짚었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Recordings

Comments

anno
Feb. 19, 2013

감사합니다^^

anno
Feb. 19, 2013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