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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Audio Request

anno
578 Words / 1 Recordings / 1 Comments
Note to recorder:

자연스럽고 부뜨럽게 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소나기
황 순 원 (黃 順 元)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다음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이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본다.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고기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래도 재미있는 양, 자꾸 물을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
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잡는 것이었다.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보았다. 물속에손을잠갔다. 세수를하였다. 물속을들여다 보았다.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싫었다.
소년은두손으로물속의얼굴을 움키었다. 몇번이고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숨어서 내 하는 꼴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디딤돌을헛짚었다. 한발이물속에빠졌다. 더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메밀밭이다. 전에 없이 메밀꽃내가 짜릿하니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코피였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 내면서 그냥 달렸다.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체징검다리를 건너기시작했다. 얼마전에 소녀앞에서한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길 가듯이 건너던 징검다리를 오늘은 조심성스럽게 건넌다.
“얘.”
못들은체했다. 둑위로올라섰다.
“얘, 이게 무슨 조개지?”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소녀의 맑고 검은 눈과 마주쳤다.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비단조개.”
“이름두 참 곱다.”
얼른 소녀의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이 길을 가야 한다.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본 일 있니?”
벌 끝을 가리켰다.
“없다.”
“우리 가보지 않을래?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저래봬두 멀다.”
“멀믄얼마나멀갔게? 서울있을땐아주먼데까지소풍갔었다.” 소녀의 눈이 금세, 바보, 바보, 할 것만 같았다.
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참새가 몇 마리
날아간다. 참오늘은일찍집으로돌아가텃논의참새를봐야할걸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 재밌다!”
소녀가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 댄다. 허수아비가 대고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소녀의 왼쪽 볼에 살포시 보조개가 패었다.
저만치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Recordings

Comments

anno
Nov. 29, 2012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잛게 만들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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